치마를 입지 않기로 결심했다.
내가 사회에 발을 들여놓던 사회초년생 시절만 해도 (라떼는 말이야~)
여성인권이 지금처럼 신장되어 있지를 않았다.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는 그야말로
이견의 여지가 없는 소수 (minority) 이자 약자였지.
당시 희롱은 거의 뭐 숨쉬는 공기처럼 만연해 있었고,
일터에서의 추행도 드물지 않게 왕왕 일어나는,
하지만 특별한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는
그런 척박한 환경, 낙후된 시절이었다.
여자가 아닌, 가치를 기여할 수 있는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식되고
불필요한 구설을 막기 위해 내가 노력한 것은,
실력을 쌓고 일을 열심히 더 잘하려고 노력한 것도 있지만,
부차적으로 일단 치마를 입지 않기로 결심한 것.
당시 아주 흔하디 흔했던
“여~ 아무개씨, 오늘 소개팅 있어? 이쁜데?” 와 같은,
사실은 아주 호의적인 인사말로 통용되었던
불편한 말들도 듣고 싶지 않았고,
그런 모든 가능성들을 사전에 차단하고자 했던 결정이었다.
그렇게 사회생활에서 바지를 고집해온 지난 20 여 년.
하지만 이제는 다시 치마를 입기로 결심해 본다.
왜?
왜냐하면… 허리춤에서 조이는 단추, 고무줄, 벨트… 그게 무엇이 됐든
소화도 안되고, 혈액순환도 안되고, 답답하단 말이다. 😑
그리하여 원피스를 검색하고 있는 나를 발견.
허리에서 느슨하게 떨어지는 원피스 찾아 쇼핑 중이다. 😭🤣
이제 나는 중년초입을 맞이하여
소화불량 및 혈액순환 장애 등을 이유로 원피스를 고르고 있지만
바라건데 후배세대들은 여성성을 굳이 감추지 않더라도,
자신의 개성을 충분히 발현하면서도
그것이 일의 효율이나 성과나 고과,
혹은 일터에서의 인식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런 독립적이고도 자유로운 사회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기를 염원하고 응원한다.
아 벌써 그런 세상이 왔다고? 옛날 언니, 그런 걱정 하덜덜 말라고?
그렇다면 다행이고!! 🙂